자카자카

봄냄새는 코보다 마음이 먼저 맡는다.

웰빙하우스

때이른 봄옷을 꺼내 먼지를 떨어내기도 하고 꽃샘추위에 다시 꺼낼거면서 겨울 코트에 부직포를 씌우기도 한다. 집안에도 봄을 부르고 싶어 커튼, 쿠션을 바꿔봤지만 충분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멀쩡한 벽지나 가구를 새로 할 순 없고….

그렇다면 오늘은 나서보자. 가벼운 천가방에 자동카메라 하나 챙겨넣고 목에 두를 따뜻한 스카프도 필수다. 신발은 발품 좀 팔아도 끄떡없는 컨버스화 정도가 좋겠다. 어디로 가냐고. 부산사람이라면 다 아는 중구 부평동 깡통시장의 주방골목, 그 중에서도 소품거리다. 소품인테리어는 적은 비용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웰빙하우스

'에이~'하면서 가방을 내려놓았다면 당신은 적어도 최근 3, 4년 간은 이 곳에 가보지 않았던 게 틀림없다. 창고처럼 허름한 가게에 가득 쌓인 수입소품을 뒤지며 '보물찾기'를 했던 옛날에도 운치있는 골목이었지만, 집집마다 까페같은 간판을 내걸고 예쁜 소품을 구비해 둔 요즘은 그저 걸어다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쇼핑 명소다.

이 곳 소품거리에서도 봄을 만나지 못한다면 당신의 마음은 아직 겨울에 머물고 있는 거다.

깡통시장의 끝 편에 있는 소품골목은 일본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수입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때는 아기자기한 일본산 생활 소품 가게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유럽산이나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파는 가게, 자체제작한 인테리어 소품 전문점, 골동소품 전문점, 수공예 소품 전문점, 일본 캐릭터 소품 전문점 등 다양한 가게가 생겼다. 소품을 취급하는 가게는 8, 9곳으로 많지는 않지만 가게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달라서 다양한 물건을 구경할 수 있다.

물건만 구경하고 빈 손으로 돌아나오면 '마수걸이도 못했는데 부정탄다'며 투덜대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소품골목 상인들은 훨씬 친절해졌다. 구경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물건의 용도를 일일이 설명해주기도 하고 빈 손으로 가게를 나가도 비수같은 말이 뒤통수에 꽂히지 않는다. 산뜻하게 바뀐 간판과 인테리어에서부터 소품골목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소품골목 쇼핑에도 노하우가 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쁜 소품들을 한꺼번에 보게 되면 이것저것 주워 담다가 정작 필요한 건 구입하지도 못하고 돈만 쓰기 십상. 먼저 우리집, 내 방에 필요한 인테리어 소품의 목록을 작성한다. 그리고 자동카메라를 챙겨가서 눈에 들어오는 소품의 사진을 모두 찍어두고 가격도 물어둔다. 오전에 윈도우 쇼핑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면서 구입할 소품의 목록을 정한 뒤 오후에 다시 가서 구입하면 충동구매를 덜하게 된다.참고로 블로그 홍보의 위력을 잘 아는 소품골목 가게들은 손님들이 상품 사진 찍는 걸 막지 않는 편이지만 거부하는 곳도 한두 곳 있으니 촬영 전엔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한다.


◆ 웰빙하우스

소품 골목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인테리어 소품과 수납장을 구비하고 있는 웰빙하우스. 중국산 제품이 많다. 여행 가방 모양을 한 수납장과 라디오, MP3플레이어의 기능까지 갖춘 턴테이블 등 빈티지 느낌 소품이 눈길을 끈다.주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주문·제작도 가능하다.


◆ 자카자카

예쁘게 꾸며놓은 입구가 손님을 끄는 가게. 일본 생활 소품을 주로 판매하는 자카자카에서는 개성적인 식기와 주방용품, 도시락 케이스 등을 볼 수 있다. 일본 과자류도 전시·판매한다.

호메오

◆ 호메오

철제 인테리어 소품·가구 전문점.

사진 왼쪽 같은 작은 수납장 외에 책상 등 부피가 큰 철제 가구도 취급한다. 철제 가구는 집안에 '중후한 빈티지'의 느낌을 살리는데 제격이다. 오른쪽과 같은 철제 인테리어 소품들은 주인이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바이소호

◆ 바이소호

1층엔 일본 패브릭 소품과 의류 및 일본 간식을, 2층에는 아기 용품과 침장을 전시해 둔 예쁜 가게.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포근하고 산뜻해보인다. 선반 위의 아기 장화가 앙증맞다.